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리운 풍경 본문
강원도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
장시간에 걸친 운전의 피로를 덜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울타리 너머로 우연히 눈에 들어온 농촌 풍경.
써레질을 마치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곳도,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기의 정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몸은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까지 그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을 먹을 때나, 어릴 적 뛰어놀았던 풍경을
만나게 되면 잠시 추억에 잠기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농촌이다.
우리 집에는 다른 집보다 농사가 많은 편이었다.
가진 것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유복자로 자란 선친의 성실한 노력 덕분이었다.
농촌의 가장 큰 연중행사는 봄철의 모내기, 가을의 벼베기였다.
도시화가 이뤄지기 전 농촌에는 인력이 넘쳐났다.
재래식 농법에 의존하던 시절이라 늘 적지 않은 일손이 필요했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걱정한 적은 없었다.
나라가 발전하면서 환경은 급속히 달라졌다.
농업국에서 공업 국가로 변모하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농번기가 되어도 일손 구하기가 하늘을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요즘 농촌에는 외국인이 아니면 농사를 짓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자식이 여럿 있어도 편한 자식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농사철이 되면 다른 형제들은 제쳐두고 늘 '만만한' 나에게만 가장 먼저 호출 명령을
내리시던 당신들께 불만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추억일 뿐이다.
고향은 있으나 고향에 내려갈 일이 많지 않은 요즘.
어머니 떠나시고 난 뒤 아무도 맞아주는 이 없는 고향은 더 이상 고향 같지가 않았다.
홀로 남은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더더욱 그랬다.
우연히 바라본 울타리 너머 농촌 들녘 풍경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지난 추억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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