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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음식점

영혼을 흔드는 음식

자유인。 2023. 11. 26. 05:13

 

입맛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 또 있을까.

남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내가 맛없으면 그건 맛없는 음식이요,

남이 아무리 맛없다 한들 내가 맛있으면 그건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소울 푸드(soul food)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풀이하자면 '영혼을 뒤흔드는 음식',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음식'이라고 할까.

나대로의 해석을 덧붙이자면 '엄마표 음식'쯤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에 유난히 꽂혀 있다.

그것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두고 따라다닌다.

고향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당신의 음식이 떠오른다.

나의 소울 푸드 중 하나는 배추전이다.

이름 그대로 배추에 밀가루를 입혀 만드는 전을 이르는 말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도대체 배추를 무슨 맛으로 먹을까'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내가 나고 자란 지방에서는 전 중에서 배추전을 으뜸으로 친다.

시중 전집을 다 둘러봐도 '도시스러운' 전만 가득할 뿐,

내가 찾는 형태의 배추전을 파는 곳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강원도 등지에서 메밀가루를 입혀 만드는 같은 이름의 전이 더러 있긴 하지만,

우리 지방에서 먹던 것과는 맛과 모양이 판이했다.

어느 날 우연히 가수 성O경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배추전 파는 가게를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 경동시장 내에 있는 '안O집'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그는 서울 토박이임에도 부모님이 지방 출신이어서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배추전에 관해 현지인처럼 잘 알고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 이러할까.

영상을 보고 난 뒤부터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배추전이 생각나서였다.

다음 날 일과를 마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폭풍 감동 ..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다.

웬만한 산해진미에도 끄떡 않던 내가 배추전 앞에서는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고향의 음식을 먹으며 눈물짓는 이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영혼을 흔드는 음식.

소울 푸드란 말은 바로 이럴 때 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