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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라는 말 속에는

자유인。 2024. 9. 18. 06:10

 

 

나는 형제가 모두 4남매다.

그들 모두 고등학교 과정까지 시골에서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어느 날 하나둘씩 당신들의 품을 떠나

도시로 향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깊고 크셨을까 뒤늦게나마 되돌아보곤 한다.

어렸기에 오로지 나 하나의 세상만 보일 뿐, 부모님은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가시겠지,라며 미처 거기까지 헤아릴 능력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내가 이제 그분들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던 당신들의 심경을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그 사이 내 아이들도 자라 각자의 가정을 꾸렸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어쩌다 만나 봐야 아들네 가족이나 딸네

가족 따로따로 만날 때가 더 많다. 서로의 일정을 맞춘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 많아야 일 년에 네 번 정도? 우리 내외 생일 때나, 설날 또는 추석

명절이 전부일 뿐이다. 그런 시간이 나로선 참으로 감사하다. 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한다는 차원을 넘어 구성원 간 화합을 다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오는 날이면 아내와 나는 미리 장을 보러 간다. 모처럼 큰상을

준비하는 아내는 몸은 비록 힘이 들지만 마음은 한껏 들떠있음이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럴 때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족이 주는 힘이란 걸 생각하게 된다.

 

추석을 맞아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지방에 계신 장모님도

올라오시고 처남네 식구들까지 합류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식구(食口)라는 말 속에는

뭐라고 딱히 이론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을 요즘 같은

명절이 오면 새삼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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