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쉽고도 어려워진 사진 환경 본문
손전화가 등장한 이래 대부분의 현대인은 사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맺게 되었다.
사진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 누구나 부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로는 삶의 기록을 위해서, 때로는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라는 걸 세상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 때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자신만의 '작품'을 남길 심산으로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환경 또한 과거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화하기 전까지 자신이 찍은 사진의 상태를 알 수가 없었다.
24판, 또는 36판짜리 필름을 어떻게든 다 찍고 나야 결과물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다 도중에 실수로 필름 뚜껑을 잘못 열어 애써 찍은 사진을 못 쓰게 된 경우도 허다했다
(빛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필름값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언제까지나 마냥 영화를 누릴 줄 알았던 필름 회사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필름 사진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추구하는 일부 극소수의 전문가들에 국한될 뿐이다.
더 이상 필름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키는 대로 찍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지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색깔 역시 원색으로 찍더라도 흑백이나
다른 원하는 색깔로 얼마든지 조정도 가능해졌다.
누구나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게 된 만큼 그에 비례하여 대중들의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졌다. 사전 양해 없이 함부로 모르는 타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기에 나처럼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는 이들로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한층 더 높아진 셈이다.
더러 찍은 사진을 블로그 등을 통해 게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불특정 인물의 얼굴을 어떻게 노출되지 않게 처리하느냐이다. 모자이크 기법을 이용해도
되지만, 그러면 모양새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대신 흑백 전환이나 명암, 채도 등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도 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방법
으로도 다 감출 수는 없지만, 그런 사진은 가급적 블로그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사진을 즐긴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운 작업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피해나 불편함을 주지 않는 나만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모색해 나가고 있다.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면 길은 거기에서 멈추지만, 어디에든 출구는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이 나로 하여금 사진이 지닌 매력에서 오히려
더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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