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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에서 배우는 교훈

자유인。 2024. 9. 17. 05:46

사진을 찍으러 나갔던 아침에만 해도 떡집 앞 풍경이 이랬었다.

예년에 보면 이런 줄은 오후가 되도록 줄어들 줄 몰랐다.

 

바람을 쐬러 나가는 길에 아내가 송편을 살 수 있으면 좀 사 오라고 했다.

아침에 봤던 풍경이 떠올라 아마 불가능할 거라 말은 했지만,

정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가보기는 하겠노라고 했다.

 

그때 시각이 오후 5시쯤.. 점심때까지만 해도 끝이 없었던

줄이 그 사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지고 몇 명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던 송편을 여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인생은 마냥 서두른다고 능사가

아님을, 때로는 운도 작용하는 것임을, 어쩌면 타이밍의 싸움일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추석을 앞둔 떡집에서 배우게 된다.

 

 

 

자료를 살펴보면 '송편(松䭏)은 주로 추석 때 먹는 우리네 전통 떡으로,

맵쌀 가루를 반죽해서 거기에 콩, 팥, 밤, 깨 따위로 소를 넣어 보름달이나 반달

모양으로 솔잎을 깔고 찐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소나무 송(松) 자에

떡 편(䭏)을 쓰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어릴 때는 모든 송편을 집에서 다 만들었다. 어머니께서 송편을

만들 때면 우리더러 산에 가서 고운 솔잎을 좀 따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실제로 솔잎을 넣고 안 넣고는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났다.

 

요즘에는 대부분 매장에서 사 먹는 편이어서 그때처럼 솔잎을 넣고

찌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중에 나오는 송편에서 솔향을 거의 느낄 수 없는걸

보면 아마 예전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송편은 콩을 소로 넣은 것인데, 최근에는

통 보기가 어려워졌다. 콩 송편은 수작업을 통해야 하는데, 손으로 만들어서는

수요를 맞추기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모든 작업이 기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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