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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떠나기

자유인。 2025. 1. 31. 04:24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 법정,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

 

 

방송에 여든이 넘은 노배우가 출연했다. 그동안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찍었던 사진이나 대본 등의 관련 기록들을 모두 정리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소중한 자료인지 모르지만, 떠나고 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식들이 그것들을 신경 써서 챙길 것도 아니고, 유품을 정리하는 데 있어 괜한 짐만 될 뿐이라는 것이었다. 필요할 경우 방송국이나 영화사 등에서 다 갖고 있을 테니 그런 데 요청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더 젊은 나로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한때 옛것에 관심이 많아 수집해 둔 물건들이 얼마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로 박물관을 만들 것도 아니고, 숫자가 늘다 보면 보관할 공간도 부족한 데다, 오직 나만의 관심사일 뿐 자식들이 관리해 줄 것도 아닌데 내가 있는 동안 하나씩 정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중 많은 것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추가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쓰레기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절약한다고 한들 새로운 물건들은 지속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폐기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중한 물건도 본인이 존재하는 동안만 의미를 지닐 뿐이다.

 

나 또한 살아오는 동안 개인적인 기록물을 적잖이 모아 두었다. 학창 시절 상장이며 졸업장, 통지표, 성적표, 앨범, 사진, 편지, 월급 명세서, 기념패 등등.. 하지만 보존만 할 뿐 그것들을 열어볼 일은 별로 없다. 그에 관해 특별히 궁금해하는 이도 없다. 더욱이 유명인도 아닌 나 같은 일반인이 떠나고 나면 나와 관련된 자료를 어디서 요청할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우리는 길지도 않은 인생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불필요한 것들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가 많다. 죽고 나면 다 부질없는 것인데도 말이다. 예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떠나고 나면 장례를 치른 뒤 동네 어귀에서 고인의 유품들을 한데 모아 태우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노배우의 이야기는 곰곰이 새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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