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책을 낸다는 것 본문

글쓰기

책을 낸다는 것

자유인。 2025. 2. 1. 03:38

 

 

글쓰기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주변에서 책을 엮어 보라는 권유를 이따금씩 듣는다. 졸필을 정도 이상으로 봐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 고맙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물음표가 생기곤 한다.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나 줄까, 너도나도 책을 내는 시대에 굳이 나까지 숟가락을 얹어 출판 시장의 격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교만함이 앞서 있던 시절만 해도 그런 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읽히지 않을 책을 내는 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블로그 글쓰기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출판 환경이 과거에 비하면 한결 자유로워졌다. 한때는 검증된 시인이나, 소설가, 수필가, 또는 과학자 같은 전문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것이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자유롭게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인지도 높은 작가의 경우 계약 출판의 형태로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자비로도 얼마든지 낼 수가 있다.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인생이 뒤바뀐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주변에도 책을 낸 사람이 벌써 여럿이다. 다만 그들이 세상에 선보인 책이 얼마나 인지도를 얻고,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는 제3자인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경이 자유로워진 만큼 폐단도 없지 않다. 독서를 생활화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기회가 많다. 좋은 책들도 많지만, 이런 내용을 굳이 돈을 받고 팔아야 할까 싶은 책들도 없지 않다. 무릇 책이라 함은 개인 소장 목적이 아닌 판매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 한,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이야 맛이 있든 없든 뭐라고 탓할 바 아니지만, 비용을 받고 판매하는 음식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값어치를 입증할 의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어떤 이가 쓴 아프리카 여행기를 읽었다. 쉽게 가 보기 힘든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호기심이 생겨 집어 든 것이었는데,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지치기 시작했다. 여행기란 사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에 덧붙여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도 적절히 곁들여야 비로소 책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기록의 나열이었다. '오늘 아침 몇 시에 어디를 출발하여 어디에 도착했다. 어디를 구경하고 어디에서 밥을 먹은 뒤 차를 타고 어디로 이동했다. 다음 날도 어쩌고저쩌고 ...'라는 식이었다. 결국 얼마간 읽다가 도중에 책장을 덮고 말았다.

 

말은 흔적이 남지 않지만, 활자는 일부러 없애지 않는 한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누군가는 보게 된다. 그러기에 판매에 뜻을 둔 경우라면 출간에 앞서 '과연 이런 내용을 책으로 엮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관해 고민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비용을 받고 판매한다는 건 그만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인쇄가 되고 나면 다시 고칠 수도 없어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최대한 높일 수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셀 수 없는 신간 서적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지고는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란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보람  (1) 2025.02.02
버리고 떠나기  (5) 2025.01.31
이색적인 상차림  (3) 2025.01.25
가장의 역할을 말하자면  (1) 2025.01.24
믿음이 가져다준 선물  (0)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