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꿈을 꾸는 이유 본문

1991년에 발표된 조용필의 <꿈>이란 노래를 좋아한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가사와 연주도 빼어났지만, 무엇보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와 함께 꿈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노래와 멜로디만을 통해서도 저리도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할 수 있을까 감탄을 하곤 했었다.
차를 몰고 어디를 갔던 길이었다. 늘 이용하던 공간에 빈 자리가 없어 인근 다른 장소에 차를 세웠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있어야 할 자리에 차가 보이지 않았다. 문을 잠궈 놓고 갔던 터라, 열쇠가 없는 상태에서 남이 함부로 그 차를 갖고 갈 수도 없는데 이상했다. 관계자인 듯한 이에게 물어봤더니, 낯선 차가 자신들의 구역에 함부로 주차되어 있어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차료가 80만 원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된다고. 잠깐 세워두었는데 무슨 주차료가 80만 원이나 되냐고.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잠에서 깨었다. 꿈이었다.
자면서 더러 꿈을 꾸곤 한다. 대부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앞뒤 맥락도 잘 맞지 않는다. 잠에서 깨고 나면 금세 또 잊히는 데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내용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는 꿈이 다수를 이룬다. 때로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나 아내도 자다가 나처럼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더러 보이곤 해서 내가 흔들어 진정시킨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말이다. 일찍이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말했다.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인간의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반영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그것들이 꿈이란 창구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그의 분석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나의 경우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이러저런 이유로 혼자서 억누르고만 살았던 세월이 길었다. 때로는 용기가 없어서, 때로는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서 .. 등등.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뒤늦게 잠재되어 있던 욕구를 하나씩 해소하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도 인간의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가 존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걸 보면 인간의 뇌속에는 마치 컴퓨터의 메모리 칩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숱한 삶의 풍경들이 소리 없이 잠을 자고 있다가, 어느 순간 꿈이라는 창구를 통해 이따금씩 등장하곤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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