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음식도 .. 인생도 .. 본문

인간의 삶은 경험의 지배를 크게 받는다. 지식의 습득을 통해서도 일부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경험에 의한 그것에 견줄 바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존의 생각이 바뀌기도, 넓어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생관이나 가치관까지 변화를 겪기도 한다. 세상은 경험하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남이 살아온 얘기를 아무리 들어봐야 와닿지 않는다. 선대들이 젊은 세대에게 자신들이 겪은 6.25의 참상을 아무리 설파해 봐야 귀담아듣지 않는다. 본인들의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의 참상을 겪고 싶어 겪었을까. 시대 상황이 그러했을 뿐이다. 무엇 하나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오늘날의 세대가 조상들이 경험한 전쟁을 일부러 경험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다.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시대적 환경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본인들이 타고난 시대적 운명인 것이다.
우리가 매일처럼 먹는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남이 아무리 맛있다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설명해 본들 자신이 직접 먹어보지 않은 이상 그저 그런가 보다 여길 뿐, 선뜻 와닿지 않는다. 짜장면 하나만 먹어본 사람은 짜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요, 순댓국 하나만 먹어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순댓국이다. 술이라고는 평생 소주 한 종류만 마셔본 사람 역시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술은 소주라고 말한다. 다른 경험이 없는 한 그렇게 말할 수밖에.
나는 음식 하나를 먹어도 익숙한 것만 고집하기보다는 안 먹어본 것들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매번 그럴 수는 없지만 그럴 기회를 되도록 많이 가지려고 한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건 단순히 허기만을 달래거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그 또한 인생 여정의 일환임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경험을 하나씩 늘려나가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삶의 재미이기도 하다.
날씨가 한결 따뜻해진 어느 날 아내더러 모처럼 밖에 나가 점심을 먹자고 했다. 외식 메뉴 선택에 관한 한 나는 항상 아내에게 밀린다. 그녀의 발언권이 나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메뉴를 제안하면 그에 순순히 응하기보다는 대부분 그녀가 먹고 싶은 것으로 방향이 정해진다. 아내는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의견을 좇아 향한 곳은 얼마 전 그녀가 이웃들과 다녀왔다는 한 초밥 전문점이었다.
최근 들어 초밥집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초밥 위주의 단순한 메뉴 구성에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과거에 비해 종류도, 가격대도 선택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단체 회식뿐만 아니라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O초밥' .. 얼마 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초밥 전문 체인점인데 내부도 깨끗하고 넓은 데다, 음식의 질도 괜찮아 이따금씩 들러볼 만한 곳이다. 포장 손님들도 꽤 많았다. 그동안 오며 가며 줄곧 간판만 살폈었는데, 아내 덕분에 직접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어보니 새로운 곳으로 만족도 높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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