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본문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던 중이었다. 이동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 같아 전방 풍경을 감상하며 위해 맨 앞자리에 앉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하품 소리가 들렸다. '으 ~ 아 ~ '. 그런 소리가 잊을 만하면 이어졌다. 살펴보니 운전기사였다. 또 얼마쯤 지나자 '아우 ~ 지겨워 ~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는 60대 중후반에서 일흔 전후쯤 되어 보였다. 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같은 행동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저러다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슬슬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또다시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이전에 만났던 바로 그 기사였다.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몰랐을 텐데, 왠지 익숙한 하품과 지겹다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품을 하려거든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하든지, 지겨워도 혼자서만 생각하면 될 텐데, 주변에까지 들릴 정도로 하고 있으니 다른 승객들도 자꾸만 고개를 빼고 진원지를 살폈다.
가까이 앉은 나로서는 그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려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직장 생활이 지겹더라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 기사가 운행 도중 개인적인 감정을 함부로 표출하면 안 된다는 건 상식으로라도 알고 있을 텐데,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승객들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내 눈에 같은 모습이 벌써 두 번씩이나 목격되었다면, 다른 때도 같은 행동이 되풀이될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집과 공공장소에서는 말과 행동이 달라야 함에도, 집에서 하던 행동을 바깥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반복한다. 내가 만난 버스 기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을 한다는 건 삶이 무료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기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은커녕 하루하루 불만과 짜증만이 가득해 보였다. 어떻게든 입에 풀칠은 해야 하기에 마지못해 나오는 듯했다.
이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 본인이 원하는 다른 선택을 하면 될 텐데, 그럴 만한 능력은 없어 언제나 내부에 남아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끝까지 버티며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킨다. 세상에 그런 직원을 어여삐 여기는 사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것 또한 본 적이 없다.
정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군소리가 없다.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스스로 구분할 줄도 안다. 직업에서의 보람이나 성공은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보다는, 맡은 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임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자 선물임을 왜 알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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