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자연을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 본문

지난 12월에 내린 때아닌 폭설은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땀 흘려 가꾼 농작물 피해는 물론이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의 수십 년 된 조경수가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보면 피해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청계산을 찾았다. 이맘때면 피어나는 야생화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해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군락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위치를 착각했을 수도 있어 일대를 다 훑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청계산에도 폭설의 피해는 막심했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 당장 괜찮은 재목으로 쓸 수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뿌리가 뽑힌 채 길을 막고 있었다. 나무 이외 이렇다 할 대체연료가 없던 시절에는 저런 폐목이 얼마나 요긴한 땔감이었는데, 세상이 달라지고 나니 마땅히 쓸 곳이 없다. 옛 시골 정서가 남아 있어서인지 쓰러진 나무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저것들을 장작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진에 물방울처럼 보이는 건 소나무에서 흘러내린 송진이다. 폭설에 넘어진 소나무가 주변 나무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껍질이 벗겨지면서 속살이 드러난 것이다. 언뜻 보면 물방울과 비슷해 보이지만 만져보면 끈적끈적하다. 손이나 옷에 묻으면 잘 가지도 않는다.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절, 우리 국민들을 시켜 저 송진을 강제로 채취하게 했던 슬픈 역사의 흔적이 전국 산을 다니다 보면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송진이 쓰이는 용도는 다양하다. 비누나 광택제를 비롯하여 잉크, 건조제, 접착제, 납땜용제, 방수제로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의 활, 무용수의 신발, 무대 바닥의 미끄럼 방지용으로도 쓰인다. 야구 경기에서 투수들이 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묻히는 로진 백(Rosin Bag) 또한 송진으로 만들어진다.
비단 송진뿐이랴. 오늘날 우리가 생활에서 널리 활용하는 것들 중 자연에서 원료를 채취하고,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언젠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고무나무에 양동이를 매달고 원료를 채취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고무가 저런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왜 인간이 자연을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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