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파주 임진각 본문

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파주 임진각

자유인。 2025. 5. 29. 05:00

 

여행이 최고의 휴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일상적인 장소,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는 감정의 휴식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정여울,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요즘 나의 삶을 지탱해 주는 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글쓰기가 그중 하나요, 사진이 다른 하나요, 여행이 또 다른 하나다. 모두 마흔 무렵에 우연한 계기로 만난 친구들이다. 맨 처음 글쓰기의 재미를 알았고, 글쓰기를 통해 사진을, 사진을 통해 여행이란 걸 알게 되었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이 셋은 보완재 또는 협동재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마치 고무줄 풀린 바지처럼 느슨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임진각에 다녀왔다. 임진각은 '임진강 위에 세운 누각'이라는 뜻으로, 1972년 북한 실향민을 위해 1번 국도를 따라 민간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끝 지점인 지금의 자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해태제과에서 돈 8천만 원을 들여 지을 당시만 해도 연건평이 750평에 불과했었는데, 이후 다양한 시설들이 계속해서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임진각을 처음으로 방문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다니던 학교에서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비교적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기억은 임진각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아니었다면 아예 다 사라지고 없을 뻔했다. 임진각은 민간인 신분으로는 가장 가까이에서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갔던 날은 휴일이었음에도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못 본 그 사이 곤돌라를 비롯한 새로운 시설들이 꽤 많이 들어서 있었다. 바로 인근에 조성된 평화누리공원에서는 일 년에 한 차례씩 'DMZ 평화 콘서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