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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경기도 포천을 가다 본문
가까운 이웃과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가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내내 일기가 고르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무릇 여행이란 맑으면 맑은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그에 맞춰 즐기면 그만이지 않은가. 길에서 경험하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다 여행의 일부일 테니까. 이번에 간 곳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으로 북한 땅이 바로 지척인 접경 지역이다. 두 지역은 모두 북한 평강에서 발원한 한탄강이 지나는 곳인데,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질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른바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포천과 철원 여행기를 각각 두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먼저 포천 여행기부터 소개한다. 포천시의 인구는 약 15만 명, 행정구역으로는 1개 읍(소흘읍), 11개 면으로 구성된 자연경관이 수려한 고장이다. 접경 지역인 만큼 곳곳에 군부대가 많다. 대체로 포천 하면 막걸리, 갈비 등을 많이 떠올린다.

여기는 포천아트밸리(Art Valley)라는 곳이다. 1960년대부터 화강암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는데, 1990년대 이후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문을 닫은 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 곳을 2009년 포천시가 자연과 문화,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복합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같은 대상일지라도 발상의 전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포천아트밸리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덕분에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포천의 명소로 거듭났다.

조각 공원도 예쁘게 잘 꾸며 놓았다.




이번 여행은 가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날씨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비가 내렸다가, 맑았다가, 우박에다 진눈깨비가 내리질 않나, 다시 또 눈이 내리기를 반복했다. 4월답지 않게 다시 겨울이 왔나 싶을 만큼 쌀쌀하면서도 사나웠다. 설마 입을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챙겨간 겨울 외투와 목도리, 장갑이 아니었으면 내내 엄동설한에 시달릴 뻔했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환경을 애써 만들 필요는 없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면 순탄하고 평화롭기만 했던 시간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난감하면서도 굴곡진 시간을 어렵사리 헤쳐 나가던 때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여행이 꼭 그렇다.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길 위에서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되살아난다.

포천을 대표하는 여행지 중 하나만 꼽으라면 산정호수를 들 수 있다. 1927년에 축조된 관개용 인공호로 한탄강의 지류들이 계곡을 타고 흘러든다. '산정山井'이란 '산속의 우물 같은 호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7,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빙상장 하나가 없었다. 겨울이면 마땅한 훈련장을 구하지 못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산정호수를 찾아 자연 얼음판 위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 그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산정호수가 자리 잡은 곳은 명성산鳴聲山 기슭으로, 일명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궁예라는 인물이 고려 왕건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울면서 도망을 갔는데,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산이 울릴 정도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포천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경기도지만, 강원도와 바로 이웃하고 있어 산세와 경관이 어느 곳보다 수려하고 아름답다. 그럼에도 포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그런 까닭에 한때는 일부러 포천, 철원, 연천 지역만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간 적도 있었다.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한탄강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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