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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시화방조제 본문
내가 난생처음 바다를 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기차를 타고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어느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아이들의 환호성이 쏟아지며 일제히 한 방향으로 눈길이 쏠렸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나 나나 책에서만 접하던 바다의 실물을 처음으로 영접한 것이다. 교실에서 배운 대로 실제로 바닷물이 짠지 알고 싶어 손가락으로 맛을 보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쪽빛 바다는 동해에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 반면, 서해는 갯벌이 발달해 있어 그 영향으로 인해 대체로 탁한 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오이도나 시화방조제에서 볼 수 있다. 시화방조제는 시화호 간척 지대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총연장 11.2km에 이르는 제방으로 7년 간의 공사(1987~1994) 끝에 완공이 되었다. 한때 '죽음의 바다'로 불리며 대표적인 환경 오염 지역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지만, 장기간에 걸친 개선 노력을 통해 지금은 완전히 정상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화방조제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았다. 자동차를 타고 지날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발품을 통하니 비로소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이 빠지고 나면 길게 드러난 갯벌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밀물이 들어오기까지는 9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꽤 멀리까지 나갈 수 있다. 삽과 양동이까지 준비한 걸 보면 건질 것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외부에서 온 이들이라기보다는 현지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인근 주민인 듯.

해상에 철탑이 복수로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면 꽤 많은 양의 전기가 이송되는 듯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여 어디로 보내는 건지 볼 때마다 궁금하다. 내가 살던 시골에도 이런 형태의 철탑 전봇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장난이 무척 심했던 동네 후배 중 한 명은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위험천만한 저 전봇대를 함부로 오르내리다가, 안타깝게도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화물선이 다니기엔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 화물선인 듯 어선인 듯 모호한 배가 지나고 있다. 이 일대에 저만 한 배가 정박할 만한 곳은 방아머리 선착장 외에는 없는데 .. 글쎄다. 보잘 것 없는 소규모 선착장에 정박하기에는 너무 커 보인다.

오이도에서 대부도 방향으로 2/3 지점에 시화나래휴게소가 있다. 일대를 지나는 이들보다는 일부러 여기를 방문하기 위해 많이들 온다. 먹거리를 파는 고만고만한 가게와 카페도 줄지어 있어 지인이나 가족과 바람을 쐬기에 괜찮은 곳이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휴게소 야외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괜찮다.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높은 탑은 '달 전망대'라고 하는 곳이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맨 꼭대기에 오르면 일대가 한눈에 들아온다.
시화나래휴게소 .. 자동차는 물론이요, 지하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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