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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양평 두물머리

자유인。 2024. 10. 26. 04:17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 크고 작은 전환기를 맞이할 때가 있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가 있는 반면, 기회인 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는 마흔을 전후한 때가 꼭 그런 시기였다. 건강을 위해 가입한 지역 마라톤 클럽에서 우연히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사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들이 마중물이 되어 여행이란 또 다른 친구까지 얻게 되었고, 결국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이 블로그를 시작한 기폭제가 되었다.

 

훗날 그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삶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지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만난 글쓰기와 사진과 여행이라는 친구 덕분에 내 인생은 새로운 방향으로 궤도를 크게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만의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비로소 세상다운 세상을 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우연이 가져다준 선물이요, 단조롭기만 했던 일상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준 인생의 두레박이었다.

 

양평 두물머리에 다녀왔다. 깊어가는 가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가을이란 계절은 워낙 짧아 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가버리는 속성이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금세 이별을 맞이하고 만다. 두물머리는 양수리의 순우리말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이들이 많아 주말이면 양평과 두물머리로 향하는 6번 국도는 언제나 차량들로 붐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전철(경의중앙선 양수역 하차)이 운행되고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해졌다.

 

 

일찍부터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고,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담기 위해 사진가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드넓은 팔당호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울 만큼 빼어나다.

 

 

이곳을 알지 못했던 신혼 무렵 가족과 6번 국도를 따라 여름휴가를 떠나던 날, 도로 우측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팔당호의 풍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마치 유럽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는 단지 눈으로만 감탄하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카메라를 메고 몸소 발품을 팔며 또 다른 기록이나 작품을 추구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번에 갔을 때는 아직은 가을이 조금 덜 여물어 있었다. 10월 마지막 주나 11월 초쯤이면 제대로 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에 괜찮은 카페나 먹거리도 많아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가을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제격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