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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수원화성 본문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소회나 애착이 여느 곳과는 남다르다. 단순한 방문객이나 여행자로서 찾는 도시는 그저 이런 데가 있구나, 정도로 그치지만, 어떤 형태로든 나와 직간접적인 인연이 얽힌 도시에 갖는 느낌은 그와는 판이하다.
나에게는 경기도 수원이 그러하다. 결혼 전까지 2년여라는 짧은 기간을 머물렀을 뿐인데도 그곳을 찾을 때면 다른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시선이 머물곤 한다. 수원과는 개인적인 인연도 인연이지만, 거기에는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 건축물로 꼽는 수원화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은 조선시대 정조 18년(1794)에 착공하여 정조 20년(1796)에 완공된 건축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 경제적 측면과 부모에 대한 효심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정조의 아버지는 비운의 왕세자인 사도세자로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수원화성은 그렇게 왕위에도 올라보지 못한 채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세상을 떠난 부친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아들의 효심이 짙게 깔려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받들어 수원을 흔히 '효원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이 화창한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수원화성을 다녀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14킬로미터,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별도의 자전거 도로가 개설된 것도 아니고, 인도와 인도를 요령껏 타고 넘나들 수밖에 없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 자체가 운동을 겸한 여행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오가곤 한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소소한 풍경들을 자전거를 타면 적잖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에 관한 한 문외한이지만, 수원화성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역사 건축물 중 미美적인 측면에서 단연 압권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현지에 살고 있는 이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심리란 묘한 것이어서 아무리 훌륭한 것도 가까이 있으면 소홀하기 쉬운 데다, 그에 대한 진면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날 내가 찾은 곳은 장안문을 출발하여 화홍문을 거쳐 방화수류정(동북각루)에 이르는 구간. 다른 곳도 다 아름답지만, 사진을 즐기는 나의 관점에서는 이 구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아이들의 역사 공부를 위한 학습장으로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수원화성은 자자손손 길이 보존할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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