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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경기 양평 두물머리

자유인。 2025. 4. 24. 05:29

 

 

나는 물을 좋아한다. 어디 나들이나 여행을 가면 물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는다. 풍경은 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좁다고는 하지만, 다녀보면 아름다운 풍경은 도처에 차고도 넘친다. 웬만한 유럽 부럽지 않은 풍경도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몸소 발품을 팔지 않으면 그 존재나 가치를 알 길이 없다. 나는 남들보다는 비교적 열심히 다니는 편인데도 가본 곳보다는 못 가본 곳이 여전히 더 많다. 살아 있는 동안 그중 반이나 둘러볼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때는 외국 가는 비행기 한 번 타보는 것이 소원인 적이 있었다. 이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소원은 풀었지만, 떠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장거리 비행에 대한 부담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여행과 달리 비행기는 일단 탑승하고 나면 도중에 내릴 수도 없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꼼짝없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한다. 먹고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움직임이 없으니 소화 기능도 원활치 않다.

 

몇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동남아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지만, 기본 10시간이 훌쩍 넘는 유럽과 미주 비행은 만만치가 않았다. 남들처럼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긴 시간 동안 내내 뜬눈으로 견뎌야 했기에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었다. 이제 소원이던 외국도 얼마간 다녀봤고, 남은 세월 동안 외국보다는 국내 위주의 여행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임에도 모르거나 안 가 본 곳이 너무나도 많다는 데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 그때의 다짐을 부지런히 실행으로 옮긴 덕분에 지금은 그런 자괴감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난 편이다.

 

흔히들 다리에 힘이 있을 때는 해외여행 위주로, 국내는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으니 나중으로 미뤄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때까지 내 건강이 받쳐줄 거라고, 그때까지 시간이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여행, 하면 으레 외국만을 떠올린다. 꼭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만 여행인 줄 안다. 내 나라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으면서 외국만을 아무리 열심히 다녀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는 곧 내 나라 역사는 모르면서 다른 나라 역사는 줄줄이 꿰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외국이든 국내든, 목적지에 닿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과정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때 진정한 여행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를 다녀왔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하여 한자어로는 양수리兩水里, 우리말로는 두물머리라고 불린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의 젖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팔당호와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이라 바람을 쐬러, 혹은 계절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을 목적으로 종종 찾는다. 이번에 찾은 날은 때아닌 바람도 심하게 불고, 오후 들면서 비까지 내려 일기가 불순했지만, 그동안 미처 둘러보지 못한 구간까지 속속들이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