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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그곳에 가면 - 의왕 바라산 + 백운호수

자유인。 2025. 7. 30. 05:00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마치 용광로가 끓는 듯, 잠시만 밖을 나갔다 와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 변화도 한몫하지만, 도시가 온통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뿐이니 그로 인한 복사열이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열에 더해 체감 온도를 몇 배나 증가시킨다. 시골처럼 흙이라도 있으면 땅으로 열기가 흡수되어 이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말이다. 결국 집집마다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곳곳에서 과부하로 인한 정전 소식이 줄을 잇는다.

 

내가 사는 곳은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관악산을 비롯하여 모락산, 수리산, 청계산, 바라산, 백운산, 거기에 호수까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연을 벗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짧게는 30분, 길어야 한 시간 정도면 걸어서도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는 어디나 사람들로 넘쳐나니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나고 싶었다. 마침 폭우가 쏟아진 뒤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계곡에도 물이 흐를 것 같았다.

 

이날 내가 찾은 곳은 백운호수 뒤편의 바라산 계곡. 그리 높지도 않고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맘때면 여기저기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로 붐빌 테지만 어쩌다 한두 명,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세상이 온통 찜통이니 다들 나설 엄두가 나질 않는 모양이다.

 

 

바라산 초입에서 만난 검은 물잠자리. 여느 잠자리와는 달리 온몸이 흑색인 것이 특징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오랜 가뭄으로 말라 있던 계곡에 비로소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에어컨과는 질감이 다르다. 흐르는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저절로 더위가 달아나는 느낌이다.

 

 

인적 없는 계곡에 모처럼 인기척이 들리니 무료함에 지친 현지 주민들이 하나둘씩 마중을 나오기 시작한다.

 

 

꽤 낯익은 녀석인데 이름을 모르겠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근처에 집단 주거지가 있는지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민다.

 

 

어릴 때는 이런 계곡이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인간의 정서 함양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뒤늦게 글을 쓰고, 사진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때 길러진 감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자연을 가까이할 기회도 없이, 끝없는 경쟁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어느 한두 사람이 나선다고 바꿀 수도 없고, 사회 전체의 인식이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데 그런 날이 과연 올 수나 있을까.

 

 

돌아오는 길.. 백운호수 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너무나도 곱고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호수에 반영된 풍경이 학교 미술 시간에 배운 데칼코마니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계곡에서 식힌 더위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또다시 땀으로 범벅이 되긴 했지만, 바라산과 백운호수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당분간 아무리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한들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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