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우리 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 본문

1989년, 오랫동안 묶여 있던 해외 여행 자유화 정책이 시행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굳이 그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천공항을 한 번이라도 나가 보면 그 실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정부 고위 관료나 기업체 근무자, 혹은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인간의 공통된 심리 중 하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는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볼 거리가 있어도 전혀 설렘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행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된다.
늘 똑같은 사람끼리만 만나게 되면 새롭게 얻거나 배우는 것이 별로 없다. 서로 간에 주고받는 대화 소재가 정해져 있거나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소재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장소 역시 마찬가지다. 늘 자신이 사는 동네나 지역에만 머물게 되면 새롭게 보고 듣는 것이 없다 보니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키기가 어렵다. 옛말에 '자식이 귀하면 여행을 보내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의 경우 해외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재미와 보람은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다. 이런 풍습 여행은 어떤 다른 명소를 구경하는 것보다 흥미롭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 중 하나는 인도에 갔을 때였다. 시내 구경을 하던 중 우연히 길가에 늘어선 가게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여성은 보이지 않고 남자들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궁금해서 현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나라에서는 공적인 영역(상업, 공공장소)과 사적인 영역(가정)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의 경제 활동은 주로 남성만의 공적인 역할로 간주되며, 여성은 가정 내 역할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정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여성이 공적인 공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우려(안전, 남성과의 접촉 문제)도 깊게 깔려 있다고 했다. 이런 문화는 인근 국가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지에서도 비슷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중동 등지에는 이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돌아보면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었다.
시대 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오는 게 아니다.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기 위해 비싼 발품을 파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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