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겨울 끝자락에 만난 뜻밖의 행운 본문
사진은 대상을 찾아 나선다고 원하던 피사체를 금세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발 나 좀 찍어 달라'며 한가하게 사진가를 기다려 주는 피사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교통사고와도 같이 어느 순간, 어느 모퉁이에서 예고도 없이 불현듯 다가온다.
며칠 사이 한껏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꺼운 겨울옷은 입기에도, 보기에도 어색해졌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걷다 보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이번이 그랬다. 들길을 걷던 중 저 멀리 새들이 떼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체수가 제법 많아 보였다.
겨울 철새였다. 이런 진귀한 풍경은 강원도 철원에나 가야 겨우 만날 수 있는데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었다. 그동안 같은 들녘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지금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풍경이었다. 들판에 떨어진 곡식을 쪼아 먹으면서 한가로이 해바라기를 즐기는 중이었다.
철새들은 언제나 홀로 있지 않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 어디선가 작은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그 즉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즉각적인 경계 태세에 돌입한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오랜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조류만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는 고성능 망원렌즈를 탑재한 카메라와 함께 위장 텐트에 숨어 몇 날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사진 동호인들이 장비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는 원인도 대개는 이런 데서 비롯된다. 한정된 장비로 원하는 피사체를 찍으려고 보니 결과물이 영 성에 차질 않기 때문이다. 장비의 탓인가 싶어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하면 몇천만 원은 쉽게 넘어선다. 그렇게 사들인 장비를 활용은커녕 한두 번 쓰고 난 뒤 창고에 모셔두기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기에 취미 생활에도 엄격한 자기 절제력은 필수적이다. 그래야 보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즐길 수가 있다.
어느덧 끝자락에 이른 겨울이 지나고 나면, 저 철새 무리 역시 또 다른 서식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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