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호(號)에 관한 고찰 본문
나이가 들고 보니 가까운 친구라도
그냥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다.
이럴 때 따로 부를 만한 각자의 호(號)를
하나씩 지어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호(號)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본명이나 자 외에 허물없이
부르기 위해 그 대신 쓰는 이름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 풀이되어 있다.
몇몇 지인들에게 그런 제안을 해 봤더니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불러주지 않는 이름을 나 혼자 지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으랴.
모처럼 후배들과의 만남이 있던 날,
일행 중 한 명이 호를 하나씩 지어 부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대로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있으랴.
고민 끝에 즉석에서 각자의 호를 하나씩 완성했다.
앞으로 만날 때면 우리끼리만이라도
이름 대신 서로의 호를 불러 주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