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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 않는 매미

자유인。 2024. 7. 23. 04:17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곤충 중 하나가 매미가 아닐까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의 종류가 꽤 많았는데 요즘엔

아예 자취를 감춘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매미만은 예나 지금이나

개체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 굳이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처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만 들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미는 보통 나무의 껍질에 알을 낳는데, 그 상태로 몇 주에서

몇 달이 지나면 부화를 하게 된다(유충). 그때부터 땅속으로 들어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보낸다고 한다. 이후 성충이 되면 밖으로

나와 몇 주에서 한 달 정도를 사는 것이 매미의 일반적인 일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보이는 건 잠시뿐, 대부분의 삶을 땅속에서 보내는 셈이다.

 

요즘 내가 사는 동네에도 아침 저녁 매미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때로는 낭만적이며 아름답게 들리다가도, 어떤 때는 너무 시끄러워 적잖이

신경이 쓰일 때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베란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워낙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단잠을 깨우기도 한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라진 눈에 띄는 매미의 특징이 한 가지 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좀처럼 도망을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아주 작은 인기척에도 더없이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었는데,

요즘엔 손으로 일부러 쫓아내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위 사진은 어디를 다녀오다 우연히 만난 녀석들인데, 손 전화로

사진을 찍기 위해 2~30센티미터 가까이나 접근했는데도 그때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매미채 없이도 마음만 먹으면 손으로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굳이 매미에게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길에서 만나는 비둘기나 까치 역시 더 이상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근처 다른 곳으로 몇 발짝 정도만 옮길 뿐, 이내 하던 일을 계속한다.

오랫동안 사람 곁에서 살다 보니 인간친화적으로 길들여진 듯하다.

 

이를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시나브로

적응하게 마련인 건 인간이나 자연 생태계나 다 비슷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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