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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고민

자유인。 2024. 7. 25. 04:29

 

 

누구에게나 살면서 가장 큰 관심은 자신의 건강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아무리 꿈이 원대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두 부질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 관리에 관한 나의 신조는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평소 생활 전반을 운동化하자는 것이다.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가까이하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지하철을 타더라도 가급적 서서 가며,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것 등이다.

 

운동이 직업이나 생계 수단이 아닌 이상 일반인 입장에서 그 정도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꼭 체육관에 가야만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닐뿐더러, 운동은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기인하는 바 크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되었건 어느 누구도 감히 자신할 수 없는 것이 건강이기도 하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병과 무관하다는 보장이 없고, 운동을 안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병을 달고 산다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중독에 가까울 만큼 운동을 생활화하던 사람이 일찍 떠나는 경우도 있고,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는데도 남달리 장수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일 년 혹은 격년마다 한 번씩 종합검진을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검진의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나로선 굳이 그렇게까지 자주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앞선다. 갈 때마다 망설여지기도, 불안하기도 하다. 혹시라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다. '안 좋은 결과'란 다름 아닌 '암일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건강검진도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의사들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면, 그만큼 희망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관해서는 나 역시 이의가 없다.

 

운이 좋아 조기 발견을 했다고 치자. 치료 과정을 떠올리면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내 주변에는 일찍 발견한 덕분에 '살 수 있었다'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일찍 발견해서 치료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수술 후 삶의 질이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엔 건강검진이 대중화되어 있다. 그에 비례하여 인위적인 환자의 숫자 또한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몰랐다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을, 앎으로써 도리어 '멀쩡했던' 사람이 중환자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어떤 의사는 '병원에 갈 필요 없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암으로 진단받았을 경우 의사들은 수술하면 'O 년 생존율'을 얘기하지만,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그 기간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내 집안 형님은 일흔이 넘도록 평생 종합검진 한 번 받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딸과 사위가 유능한 의사임에도 병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안 가도 이만큼 건강히 잘 살고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차라리 모르고 행복한 오늘을 사는 게 옳은지, 앎으로써 불안한 여생을 보내는 게 나을지 매번 혼란스럽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결과 여부를 떠나 우선 무거운 숙제 하나를 마쳤다는 후련함이 앞선다. 그와 더불어 내년에 또 가야 하나,라는 고민도 동시에 뒤따른다. 매년 같은 고민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어라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건 또 다른 현실적인 고민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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