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 본문
강남에서 지인의 혼사가 있어 가는 중이었다.
서울의 지하철, 그중에서도 2호선은 워낙 많이 이용했던 터라 대부분의 역 이름은 익숙한 편이다.
목적지인 잠실역을 한 정거장 앞두고 열차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정차역은 잠실새내, 잠실새내역입니다'.
잠실새내? .. 그런 역이 있었다고?
2호선을 타고 잠실 부근을 다녀간 지가 제법 되기는 했지만,
그 사이 새로운 역 이름이 생긴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종전에 있던 '신천(新川)'역이 바뀐 것이었다.
신천(新川)의 순우리말이 새내이니, 외양만 다를 뿐 같은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와닿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평촌(坪村)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다.
처음 생길 당시에는 벌말역으로, '벌말'은 '허허벌판'이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었다.
평촌은 본래 없던 지명인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벌말을 새로이 한자화한 것이다.
그런데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말역이 평촌역으로 바뀌었다.
벌말이란 이름이 '촌스럽다'라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지하철역 이름은 대개 동네 이름이나 인근의 주요 건물, 또는
학교 이름 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종종 바뀌기는 한다.
어느 곳에는 한자어보다는 순우리말이 낫다며 바꾸는 반면,
또 다른 어디는 순우리말이 촌스럽다며 한자어로 바꾸기도 한다.
정말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사람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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