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욕심이 앞서다 보면 본문
얼마 전 친구네 결혼식에서 만난 한 친구가 다른 일행과 밥을 먹으면서 그랬다.
'OO는 참 재주가 많은 친구라고. 사진도 잘 찍지, 기타도 잘 치지, 그림까지 잘 그린다'고.
'우리 같은 사람은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부럽다'라고.
부인들까지 다 있는 자리에서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지만, 부끄럽기도 했다.
친구가 말한 것들 중 조금씩 흉내 정도만 낼 뿐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 눈에는 대단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흔히들 취미 수준으로 즐기면서 프로처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로는 말 그대로 직업이다. 일정한 보수를 받고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이다.
돈을 받는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없다면 당장 간판을 내려야 한다.
아니, 그러기 전에 고객들이 먼저 발길을 끊고 만다.
그에 반해 아마추어는 비전문가, 이른바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다.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일 뿐, 프로의 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무리 잘해 본들 국가대표가 될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내가 즐기는 무언가를 돈을 받고 판 적이 없다.
감히 그럴 수준도 못 될뿐더러, 설령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어느 것도 즐기는 데만 역점을 두었지,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을 부린 적이 없었다.
아마추어로서 내 수준만큼만 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것저것 취미로써 발을 담근 것은 제법 많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모두 순전히 자발적인 발로에서였다.
중학교 때부터 불기 시작한 하모니카를 비롯해서,
역시 그 무렵부터 모으기 시작한 담배며(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비흡연자다),
언제부터인가 긁적거리기 시작한 그림이며,
서른 후반쯤부터 꽤 오랫동안 심취했던 마라톤이며, 등산이며,
마흔이 넘어 가까이하게 된 사진이며, 글쓰기며,
쉰 중반이 되어 배우게 된 기타(어릴 때부터 오랜 꿈이었다) 등이 포함된다.
신혼 초에는 겁도 없이 공중파 방송 '남편가요열창'이란 데도 나가 봤다(당연히 예심에서 떨어졌다).
물론 지금 운영 중인 블로그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남들과의 경쟁의식을 앞세운 적은 없었다.
일부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긴 했지만, 나의 수준에 대해 한 번쯤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고픈 취지였을 뿐이다.
태생적으로 단조로움을 싫어하는 성격 덕분에 하나씩 건들게 되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들이 나만의 자유를 구가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친구가 되고 있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기보다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다시없는 저축의 개념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을 사는 데는 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면 내가 알지 못하는 불특정 인사들로부터의 댓글이 달린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노라'고.
'방문객의 조회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주겠노라'고.
'제 블로그에도 방문해 주시면 곧바로 답방 드리겠노라'고.
그런 데 관심이 있었다면 진작부터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 않은 것은 블로그 역시 취미 수준을 넘어서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스타나 유명인을 제외한 나 같은 일반인들의 SNS는 품앗이 성격이 매우 짙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찾아오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만큼의 손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취미를 넘어 또 다른 일이 될 것이고,
자칫 내 인생 후반부의 핵심적인 지표인 '자유인'의 삶이 붕괴될지도 모른다.
욕심이 앞서다 보면 불필요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앞으로도 과욕 부리지 않고 지금 수준에서 쉼터의 개념으로 즐기고 싶을 따름이다.
내 주제는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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