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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은

자유인。 2024. 8. 22. 05:09

 

 

우리가 나이가 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육체의 노화일 것이다.

그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자신만은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은 찾아온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 것과 다름없다.

그것을 애써 거부하고 밀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편하다.

혹자는 닥치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부터 얘기하면 부정 탄다며 싫어하기도 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달라진다고 한다.

 

육체의 노화를 제외하면 나이듦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는 호기심의 상실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무언가를 봐도 별다른 느낌이 없어진다.

나이든 많은 이들이 눈의 초점을 잃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의 내 삶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원천은 단연 식지 않는 호기심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마흔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나 자신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다.

오로지 생업 활동만이 전부일 뿐, 단조롭기 이를 데 없는 삶이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오랫동안 갇혀 있던 우물 안 사고를 벗어나면서

비로소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삶의 질은 크게 달라졌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그때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 매일처럼 새로운 소재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호기심 덕분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내 삶은 참으로 무료하고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아내더러 그랬다. 과하지 않을 정도의 일이 있고, 나머지 시간 나의

의지대로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지금의 패턴이 참 좋다고. 앞으로도 이것이

얼마 동안 쭉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노라고. 물론 나의 바람일 뿐이고

언제든 끝은 있게 마련이다. 관건은 나의 건강이 언제까지 얼마나 받쳐주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학교 때 배운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시(김영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 '

바라건대, 다른 건 몰라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하나만은 언제까지 나와 함께할 수 있었으면.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내 삶의 의미 또한 사라지고 말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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