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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결혼식

자유인。 2024. 8. 20. 05:41

 

통상적으로 더운 여름에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혼주 입장에서나 하객 입장에서나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장이다. 덥다고 아무렇게나 입을 수도 없고,

남의 경사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환경이면 더더욱 고역이다.

 

8월 들어 청첩장이 세 군데서나 날아왔다.

모두 가까운 지인들이라 축의금만 보낼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나만 그런가 싶었더니, 주변에 보니 의외로 결혼식이 많았다.

 

8월이 결혼하기에 좋은 운이 깃든 까닭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그것도 아니면 예식장을 예약하려면 적어도 1년 전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여름철이라 비수기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요즘엔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고, 간다고 해도 연령대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자식 모두 다 보낸 집은 흔치 않고, 잘해야 하나 정도일 경우가 많다.

슬하에 딸 둘을 둔 친구는 재작년 맏딸에 이어 이번에 둘째까지 보냄으로써 부모로서의 큰 숙제를 덜었다.

 

최근 결혼식에서는 주례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이번 혼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국문학을 전공한 신부 어머니가 아름다운 시로 축사를 대신했다.

정해진 격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저마다의 방식을 추구하는 추세다.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하객들의 복장이 과거에 비해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남자들의 경우 한결같이 정장에 넥타이 차림 일색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벼운 세미 정장이나 캐주얼 차림이 대세가 되고 있다.

 

다만 본인 편한 것만 너무 앞세우기보다는 남의 잔치에 최소한의

복장 예절은 필요하다는 점만 생각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현상인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경조사가 아무리 품앗이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개인사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참석해 준 이들에게 행사 후 답례를 어떤

방식, 어떤 내용으로 전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마치 업무적인 상대를 대하듯

청할 때만 신경을 쓰고, 끝나고 나면 나 몰라라 하거나, 대충 기계적인

인사를 전하는 이들을 볼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일주일 전에 딸을 시집보낸 또 다른 친구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왔다.

많은 이들이 경조사를 마치면 어디서 베꼈는지 판박이처럼 똑같은 문구로

인사랍시고 보내와 '이게 과연 인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곤 했었는데,

친구는 평소 내가 아는 친구답게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자신만의 정성 어린 글로

진정성 가득한 인사를 보내와 모처럼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웠다.

 

나이가 들고 보니 정해진 틀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경조사 자리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얼굴들을 모처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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