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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김밥이나' 먹자고? 본문
흔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다락같이 오른다'라고 표현한다.
장사하는 이들 얘길 들어보면 소비 경기가 요즘처럼 나쁠 수가 없다고 한다.
재룟값이 오르니 당연히 판매가를 올려야 하지만,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올리고 나니 소비자는 발길을 끊고,
식구들 밥줄이 걸린 일인데 함부로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우리네 오랜 먹거리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김밥을 들 수 있다.
나 어릴 때는 학교 소풍 또는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에 속했는데,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대를 넘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새로운 브랜드도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김밥은 식사용이라기보다는 간식에 더 가깝다.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잠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침 점심 사이,
혹은 점심 저녁 사이에나 먹는.. 그러기에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얘긴 더 이상 과거지사가 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김밥이나 몇 줄 사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동네 김밥집에 들렀다 키오스크에 있는 가격표를 보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4~5,000원은 기본, 한 줄에 무려 6,400원짜리까지 등장한 것이다.
값은 비싸면서 내용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시중에서 파는
브랜드 김밥이 대부분 그렇다. 어떻게든 재료는 아끼고 가격은 올려
조금이라도 이문을 남겨야 하니 그럴 수밖에.
김밥을 싸고 있는 주인더러 그랬다.
지금껏 가장 만만한 게 김밥이었는데, 이제 '간단히 김밥이나 ~'
라는 말은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