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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김밥이나' 먹자고?

자유인。 2024. 8. 17. 05:38

 

 

흔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다락같이 오른다'라고 표현한다.

장사하는 이들 얘길 들어보면 소비 경기가 요즘처럼 나쁠 수가 없다고 한다.

재룟값이 오르니 당연히 판매가를 올려야 하지만,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올리고 나니 소비자는 발길을 끊고,

식구들 밥줄이 걸린 일인데 함부로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우리네 오랜 먹거리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김밥을 들 수 있다.

나 어릴 때는 학교 소풍 또는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에 속했는데,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대를 넘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새로운 브랜드도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김밥은 식사용이라기보다는 간식에 더 가깝다.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잠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침 점심 사이,

혹은 점심 저녁 사이에나 먹는.. 그러기에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얘긴 더 이상 과거지사가 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김밥이나 몇 줄 사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동네 김밥집에 들렀다 키오스크에 있는 가격표를 보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4~5,000원은 기본, 한 줄에 무려 6,400원짜리까지 등장한 것이다.

 

값은 비싸면서 내용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시중에서 파는

브랜드 김밥이 대부분 그렇다. 어떻게든 재료는 아끼고 가격은 올려

조금이라도 이문을 남겨야 하니 그럴 수밖에.

 

김밥을 싸고 있는 주인더러 그랬다.

지금껏 가장 만만한 게 김밥이었는데, 이제 '간단히 김밥이나 ~'

라는 말은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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