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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결혼식

자유인。 2024. 9. 13. 04:20

 

 

이따금씩 종교의 색깔이 가미된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가 있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해당 종교 의식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그저 하객의 일원으로만 참석할 뿐이다.

 

아주 오래 전 같은 직장 동료 결혼식이 성당에서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딸을 데리고 갔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딸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아빠 회사 직원 결혼식에 갔다. 사람이 참 많았다.

그런데 너무 자주 일어나라, 앉아라 해서 나는 싫었다.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녀석의 일기장을 보고 혼자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종 조카의 결혼식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있었다.

미국 유학 중 현지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우다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여태 다닌 성당 결혼식 중 예식 시간이 가장 짧았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시도 때도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하는

혼례 의식이 단축되니 문외한인 나로서는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나이가 들고 보니 경조사는 그동안 적조했던 친인척이나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해서 기회를 갖기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덜렁 봉투만

전하기보다는 가급적 직접 참석하려 노력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경조사에

누가 오고, 오지 않았는지를 마치 컴퓨터처럼 기억하고 있다.

 

 

* 위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닌, 사진기자인 동생이 찍은 것을 받아

  초상권 보호를 위해 색깔과 밝기를 일부 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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