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상암동 하늘공원 본문

서울 여행

그곳에 가면 - 상암동 하늘공원

자유인。 2024. 10. 22. 05:29

 

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대한민국의 수도를 방어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서울 주변에 배치가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부러워들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유달리 훈련이 많은 데다 외출 외박에도 제약이 적지 않아 나의 경우 입대 후 13개월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첫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

 

그 시절 부대 임무를 띠고 나가던 방면에 난지도라고 하는 섬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매립하던 장소였는데, 거대한 산을 이룰 만큼 규모가 엄청났다. 특히

여름철이면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곳을 한번 지나온

날이면 며칠 동안 몸에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곳이 문제가 되었다. 바로 인근에 경기장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외국 손님들이 오면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시기도 촉박한 데다 그 많은 쓰레기를 당장 어디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없어 부랴부랴

고안한 것이 난지도 전체를 흙으로 덮고 거기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상암동 하늘공원이다. 비록 겉모습은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지만, 그 안에 매립된 엄청난 쓰레기에서 메탄가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것들을 배출하기 위한 관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

 

전역 후 40년이 지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그곳에 다시 서고 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군인 시절의 추억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참으로 고달팠던 시간이었지만,

입대 전 뜻하지 않은 병치레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이 그 시간을 통해 건강한 젊은이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접근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