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본문
우리 사회는 낡은 것이라는 이유로 옛것을 함부로 없애버리는 관행이 있는 것 같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 나름대로, 부끄러운 역사는 또 그 나름대로 후세대에게 교훈을 줄 수
있을 텐데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번 무너뜨리고 나면 외관이야
얼마든지 재건이 가능하겠지만, 그 안에 깃든 역사와 숨결은 다시는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왜 간과하고 있는지.
그런 가운데서도 예외는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문화비축기지가 그 중 하나이다.
여기는 본래 1970년대 초에 극심한 석유파동을 겪고 난 후 비상시를 대비하여 정부 차원에서
석유를 비축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그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위험 시설로
분류되어 폐쇄된 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이후 2013년 석유비축기지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한 당선작을 바탕으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석유를 보관하던 탱크는 전시, 공연, 축제가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빈 광장은
문화마당으로, 해체된 탱크의 철판은 재활용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변의 꽃과 나무들은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다'고 안내문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바로 이웃하고 있어 나들이 삼아 들러볼 만하다. 특히
나처럼 아날로그 향수가 그리운 이들에게는 더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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