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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본문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을 마친 후 딸의 차를 타고 이태원 길을 통과하던 중 도로 경사가 무척이나 심하고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 있는 한 골목이 눈에 띄었다. 딸아이더러 '여기가 어디냐'라고 물으니 '그 유명한 경리단길'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름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질 않은 터라 조만간 현장 답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더러 웃으며 '아빠가 여기 오면 괜히 물 흐린다고 욕먹겠지?'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경리단길을 비롯하여 양리단길, 황리단길 등의 비슷한 이름들이 인구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용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시대여서 감당이 힘들 정도지만 그래도 뜻이나마 알고 싶어졌다. 프로 야구가 태동하기 전인 실업 야구 시절에 육군 경리단 야구팀이 있었던지라 그 이름은 귀에 익은데, 도대체 전국 도시마다 갑자기 엇비슷한 이름들이 연이어 생겨나고 있는 연유가 궁금했다.
여기를 가려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지척이다. 골목 초입 국군재정관리단 건물 벽에 경리단길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과거 육군중앙경리단(현재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으로부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이르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통칭하는 것으로,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가 몰려 있는 젊음의 거리'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태원 경리단길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까 다른 도시에서도 덩달아 이를 흉내 내어 앞 글자 하나만 바꾸어 'O리단길'이라고 너도 나도 이름을 짓게 된 것으로, 이른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골목이라고 이해를 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들에게는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내 시각으로는 소문만 요란했지 다른 동네와 특별히 차별화된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외국인이 좀 더 눈에 띈다는 정도? 어쨌든 딸아이 말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고, 내 세대는 다른 동네를 찾는 것이 영업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경리단길이 이런 곳이었구나를 확인하는 선에서만 그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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