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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본문
계절에 따른 자연 풍경을 보자면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봄이나 가을엔 더욱 그렇다. 올가을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단풍이 늦어지는 바람에 때를 맞추기가 더 애매하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은행나무 단풍을 꼭 보고 싶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단풍이 아닌 오래되고 기품 있는 은행나무 단풍을 말이다.
집에서 한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가볼 만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모두 대중교통이 닿지 않아 망설여졌다. 그냥 이대로 해를 넘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 마침 블로그 이웃님께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소식을 올렸다. 무려 800년이나 묵었다는.. 인천대공원 옆이라는데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 사진을 보니 단풍이 절정이었다. 이삼일 내로 가지 않으면 조만간 다 떨어질 것 같았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날부터 며칠간 흐리거나 비가 예보되고 있었다. 단순히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제대로 된 단풍을 보자면 날씨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였다. 같은 풍경이라도 구름 낀 날 가봤자 느낌은 반감되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했다. 마침 일과를 마치고 하늘을 보니 더없이 화창한 날씨였다. 이날 하루밖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는 장수동으로 내달렸다.
날씨와 타이밍이 절묘했다. '기가 막히다'는 표현은 어쩌면 이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는 그저 동네에 있는 이름 없는 한 그루의 나무로 오랜 세월 방치되다가 1992년에야 비로소 인천시 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2021년에 다시 천연기념물로 승격되어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 및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이 위치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다소 어수선하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관리가 되고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이렇게나 멋진 자태를 지닌 나무가 왜 그리도 오랫동안 푸대접을 받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이 멋진 풍경을 때맞춰 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웃님(노병의 맛집 기행/leehk.tistory.com) 덕분이다.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촬영 :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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