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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획일주의

자유인。 2024. 12. 9. 04:42

 

 

우리나라도 마침내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그것도 오랜 바람이었던 문학 부문에서다. 노벨상은 전문 분야를 추구하는 세계 모든 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로지 노벨상만을 목표로 그 세계를 추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향해 매진한다고 한들 기대처럼 기회가 선뜻 다가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선정 여부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몫이다. 오래전 평화상 부문에서 한차례 수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특별히 열광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국민도 많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번 문학상이 진정한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이른바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된 문제 때문이었다. 본인도 그것에 관해서는 가슴 아픈 일이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본인이 쓴 작품이 자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대접을 받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 들렀다. 요즘 출판의 흐름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노벨상 수상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진열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간 김에 무엇 때문에 쟁점이 되고 있을까 궁금해 해당 작품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 남의 의견만을 좇아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논란의 중심은 내용 중 등장하는 형부와 처제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내 개인적인 의견은 생략하기로 하자. 다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생각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건 이래야 한다'는 획일적인 사고가 마치 정해진 수학 공식처럼 강요되는 듯한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벨상 수상작이니까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묵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문학이나 예술의 창작 주체는 작가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전적으로 독자나 관객의 몫이다. 그걸 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라며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개인에 따라 얼마든지 맛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노벨상 수상 자체는 국가적인 경사일 만큼 크게 축하할 일이지만, 수상자의 작품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견해는 또 다른 관점의 영역인 것이다. 그런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존중할 수 있고, 그것들이 만나 모종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릴 때 우리 사회의 품격도 한층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나와 의견이 다른 건 다를 뿐, 그걸 놓고 싸울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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