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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맛집

자유인。 2024. 12. 13. 04:03

 

 

바야흐로 인터넷 세상이다. 무언가 괜찮은 게 있으면 모든 게 공유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심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덜 붐비는 나만의 맛집을 한두 곳쯤 비밀의 화원처럼 간직하고 싶은. 열린 세상이다 보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런 곳이 있으면 만남이 한결 더 의미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지인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장소는 나더러 정하라고 했다. 이전에는 상대방이 주로 정했는데, 매번 같은 곳만을 고집해 나대로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내색은 않고 속으로만). 나는 외식을 하게 되면 되도록 안 가 본 곳을 위주로 찾는 편이다. 이왕 돈 내고 먹는 음식인데 같은 값이면 하나라도 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세상 공부도 되고 견문도 넓어지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반복적으로 먹게 되면 만족도는 갈수록 반감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사당역 인근. 그가 사는 곳과 내가 사는 지역의 중간 지점이었다. 사당역 주변은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데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이라 유동 인구가 많기로 서울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음식점과 카페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 정신이 없을 때가 많다. 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덜 붐비고, 가까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도 상대방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13번 출구 쪽인데, 반대편인 7번 출구 방면 뒷골목으로 들어갔더니 한결 조용했다.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대화를 위해 근처 카페를 찾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내부가 1, 2층으로 나누어져 꽤 넓은 데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은 잘 모르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만을 찾곤 했었는데, 너무 많은 방문객들로 대화가 어려울 만큼 시끄러웠다. 골목을 나오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는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웠다.

 

오늘날 사람들이 약속 장소를 정할 때는 대개 인터넷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몰리는 곳만 늘 몰리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곳이 높은 만족도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저마다의 취향과 기호는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남 자체로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디서 만나느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날처럼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도 현지에서 직접 자신의 발품을 통해 괜찮은 맛집이나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도 새롭다. 추후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맛집으로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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