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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음식 접근법

자유인。 2024. 12. 12. 04:37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온 기족이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아들이 현지에서의 유학을 마칠 무렵이었다. 여행 중 가장 맛있고 강렬하게 다가왔던 음식이 '샤우르마'라고 하는 케밥이었다. 더 비싼 다른 음식도 여러 가지를 먹었지만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이것 하나만 지금껏 선명하게 남아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23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246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 인구의 4.8퍼센트로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그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경기도 안산시로 10만 8천 명을 넘어섰으며,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근로자 인구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국내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외국인이 한데 모여 공동사회를 이루는 곳도 꽤 많아졌다. 안산역 인근에 있는 다문화거리도 그중 하나인데, 대부분 지역 내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게 간판마다 한국어와 외국어가 뒤섞여 있어 여기가 대한민국인지 외국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이다.

 

 

먹어보지 않은 낯선 음식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가서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외국 음식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모처럼 색다른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어 안산 다문화거리를 찾았다. 한동안 골목을 돌았는데도 선뜻 마음이 끌리는 곳이 없었다. 이윽고 발길을 멈춘 곳이 '사라이 도네르 케밥(Saray Doner Kebab)'이란 곳으로, 튀르키예 국민 음식이라고 하는 케밥 전문점이었다. 튀르키예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국내 방송에도 한 차례(MBN 생생정보마당 1645회) 소개된 적이 있다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케밥은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꼬치구이, 회전구이, 그리고 랩 스타일(썰거나 다진 고기를 채소와 함께 싸서 먹는 형태). 이날 내가 주문한 건 세트 메뉴(Mix Wrap French)로, 케밥과 감자튀김, 콜라가 함께 나오는 것이었다. 앞서 러시아에서 먹었던 케밥을 언급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환상적이었다. 잊고 있던 모스크바에서의 감동이 되살아날 만큼.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다가선 음식이었지만, 먹고 난 뒤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모양도 러시아에서 먹었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경험한 외국 음식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경험치가 적으면 생각의 폭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한두 번 경험치가 쌓이면 그다음부터는 한결 접근이 쉬워진다. 남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직접 맛을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음식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으로 다음에는 또 다른 낯선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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