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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세권을 아시나요?

자유인。 2024. 12. 14. 02:54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붕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자고 나면 없던 말이 생겨나는 시대이다 보니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겨울철 대표 간식이라 할 수 있는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말로 거주지 가까이에 붕어빵 가게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가까이 지하철역이 있으면 역세권,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으면 스세권, 편의점이 가까이 있으면 편세권 하는 식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붕어빵 가게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붕어빵은 대개 무허가 노점에서 파는 간식인데, 각 지자체에서 불법 노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음 놓고 장사를 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천 원에 서너 개 하던 것이 재료비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 주변에서 노점상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타였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양국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붕어빵 역시 전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붕어빵을 보면 오랫동안 알던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눈에 띄면 한 봉지 정도는 사들고 오기도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붕어빵을 파는 가게가 두 곳이 있는데, 모두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붕세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서는 아파트 알뜰장터에 붕어빵 장수가 나타났다. 그동안 안 보였는데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하는 장사라고 한다. 요즘 같은 추운 계절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간식도 없다. 내 연배 사람들이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어 친근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에게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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