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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태국 여행

자유인。 2024. 12. 15. 15:37

 

태국은 여러 번 가 본 나라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은 건 별로 없다. 그때는 주로 일과 함께였던 데다, 지금처럼 세상에 대한 관심도, 관찰력도 없던 시기여서 모든 게 주마간산 격이었다. 지금껏 생각나는 건 글자가 꼭 무슨 상형문자 비슷했다는 것, 호텔에서 먹은 시큼털털하기만 했던 똠양꿍이란 음식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다.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온 현지 직원이 했던 유머도 남아 있다. 그가 물었다. 태국에는 세 종류의 계절이 있는데 그게 무언지 아느냐고. 아니, 여름밖에 없는 나라인 걸로 아는데 무슨 얘기냐고. 그가 하는 말. 덥고, 더 덥고, 아주 더운 계절이 바로 그것이라고.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못 이기는 척 웃어주기는 했지만, 싱겁기 짝이 없는 유머였다.

 

지금의 시선으로 지난날에 들렀던 여행지를 다시 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알찬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세월. 그러기에 여행을 간다고 다가 아니고,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만족도는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태국 여행 중이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동네에서 즐기는 현지 음식 여행이다. 우선 자료를 통해 태국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내가 사는 주변에 태국 음식 전문점이 있는지도 검색을 해보았다. 바로 지척에 한곳이 있었다. 그동안은 관심이 없다 보니 있어도 아예 눈에 띄질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맨 처음 도전해 본 음식은 팟타이. 태국식 볶음면이었다. 친절하게도 차림표에 그에 관한 설명이 알기 쉽게 나와 있었다. 가만히 보면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는 비슷한 종류의 음식들이 서로 공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함께 취급하는 태국 쌀국수도 그렇고, 볶음면도, 아래에 소개할 튀김 종류도 이웃 베트남에서 먹은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매우 흡사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땅콩을 섞어 먹는다는 점이었다.

 

 

팟타이와 함께 곁들여 먹은 뽀삐아 텃(나중에 이 이름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안에 여러 종류의 채소를 넣고 가루 옷을 입힌 뒤 기름에 튀긴 것인데(일종의 스프링 롤), 베트남의 짜조와 비슷했다.

 

이날 먹어본 태국 음식은 일단 내 입맛에는 모두 긍정적이었다. 예전에 현지에서 똠양꿍이라는 '이상한' 음식을 처음 먹어본 뒤로 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그때는 낯설기도 했지만 경험이 없다 보니 모든 게 서툴렀던 시기였던 것도 일부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태국 음식점은 큰길과는 다소 떨어진 골목 주택가 후미진 곳이었음에도, 내가 있는 동안 계속해서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알 만한 이들에게는 이미 꽤 소문이 난 듯했다. 이번 체험으로 얻은 성과라면 오랫동안 갖고 있던 태국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깼다는 데 나름대로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덕분에 이후로는 한결 접근성이 나아질 수 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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