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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임을

자유인。 2025. 3. 2. 05:34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읽었던 이야기다. 아흔이 넘은 노인이 있었다. 예순 무렵에 정년퇴직을 한 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본인 생각에)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아흔을 넘어서까지 살게 되자 비로소 땅을 쳤다고 한다. 그처럼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지난 세월을 함부로 허비하지 않고 좀 더 계획적으로 보냈을 거라고.

 

적지 않은 이들이 나이가 들면 남들이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거나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이 나이에 ~ ', '남들이 보면 늙어서 주책이라 할까 봐 ~ ' 등의 이유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망설이거나 지레 포기할 때가 많다. 마치 노인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 일흔세 살의 나이에 모 방송국에서 주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 대회에 도전하여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50대와 60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어느 여성의 이야기다. 1949년 생이니 올해로 만 76세가 되는 나이임에도, 본인 스스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5, 60대쯤으로 여길 만큼 외모가 수려하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여 제법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겉모습만 보면 꽤 화려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만, 종갓집 종부로,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고단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꿈 많던 청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노인이 되고 만 자신을 보며 슬픔에 잠겼다고. 그러다 우연히 접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 공지문을 보고 용기를 내어 도전한 끝에 마침내 맞이하게 된 새로운 인생. 우승자로 결정이 되는 순간 그녀는 외쳤다. "저 일흔세 살입니다. 70대 여러분! 일어나세요."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죽음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점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일찍 죽고 싶다고 해서 일찍 죽을 수도, 오래 살고 싶다고 해서 오래 살 수도 없다. 만약 자신이 몇 년, 몇 월, 몇 시에 죽는다는 걸 미리 알고 있다면 어느 누가 남은 생을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그 운명을 모르기에 오늘 하루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누구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내 인생을 지레짐작으로 예단만 하다가는 앞서 언급한 아흔 넘은 노인의 삶이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먹기에 따라 노후의 삶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그녀의 사례를 보며 배우게 된다. 그녀는 바로 올해 76세의 현역 시니어 모델 윤영주 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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