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봄이 오는 소리 본문

우수도 경칩도 다 지났으니 실질적으로 봄이 시작된 거나 다름이 없다. 오랜만에 들른 동네 인근 대학 캠퍼스의 목련도 꽃을 피우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또한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봄은 어디에서부터 올까? 농촌 출신으로서 봄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곳은 들녘이다. 조만간 다가올 농사철을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 보니 주말농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농장은 땅은 있지만 농사를 짓기도 마땅치 않은 소유주로서 가장 합리적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간의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본인 소유의 땅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재미 삼아, 소일 삼아, 혹은 여가 활용 차원에서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몇 년 간 주말농장을 하기도 했었다. 직접 내 손으로 씨앗을 뿌리고 기르다 보면 마치 아기를 키우는 느낌과 비슷하다. 자고 나면 어느새 한 뼘 자라 있는 식물의 성장세는 놀라울 지경이다. 대개 가구당 5평 전후로 할당이 되는데, 한 가족이 소화하기에는 생산량이 많아 이웃에 나눠 주기 바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기 때문에 부지런히 솎아 주어야 한다. 나중에는 나눠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처음에는 반가워하던 이웃들도 갈수록 표정이 심드렁해진다.
얼마간 하다가 결국 접고 말았는데, 아파트 생활과 농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갈 때마다 온통 흙을 묻혀야 하니 차도 집도 지저분해진다. 현실적인 면에서만 보면 시장에서 내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지만, 주말농장은 돈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일이다. 내가 주말농장을 할 때만 해도 사용료가 연간 3~5만 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20만 원을 웃돌고 있다고 한다.
주말농장은 도시 주변에서나 가능한 일이어서, 콘크리트 문화 속에서만 생활하는 어른이나 아이들에게나 농촌 체험 학습 차원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시간은 흘렀어도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잊고 있던 지난날의 추억들이 뭉게구름처럼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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