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새로운 기준 본문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용어가 인구에 널리 회자되었다. 뉴 노멀(New Normal)이 그것이다. 유래를 찾아보면 2004년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본래는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진단과 대응을 위해 제시된 용어였다고 한다. 이후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새롭게 변화된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우리 국내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마스크 착용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 환자나 성형수술을 한 이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한 목적 이외에는 착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이면 '어디가 몹시 아픈가 보다'라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스크는 이제 아픈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아무 때나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경조사 문화다. 우리네 경조사 문화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열되어 있었다. 지인의 집안에 경사나 조사가 있으면 개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든 얼굴을 비쳐야 했고, 청첩장이나 부고에 은행 계좌번호를 기재하는 건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다 그런 이가 있으면 '돈에 눈이 먼 사람'이거나, '장삿속 가득한 인물'로 치부되어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코로나 정국을 거치면서 경조사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고, 은행 계좌를 통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송금하는 것도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코로나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생활 물가의 폭등이다. 한 끼 식사에 6~7,000원이면 가능했던 것이 최근 들어 10,000원은 기본이요, 15,000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초창기만 해도 10,000원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저항이나 거부감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부담은커녕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몸과 마음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것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고, 어제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일상이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변화에는 늘 불편함이 수반되기 마련이어서 초기에는 적지 않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까지의 기준은 결국 새로운 기준 앞에 소리 없이 묻히고 만다는 것을 지나온 인류의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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