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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7) - 아프리카 튀니지 본문
흔히 아프리카 하면 피부가 검은 사람들만 사는 곳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흑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긴 하지만, 분위기상으로 아프리카보다는 중동 쪽에 좀 더 가까운 나라도 있다. 북아프리카에 있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이 그렇다. 나 역시 한때는 이들 국가가 중동 소속인지, 유럽에 속하는지 헷갈릴 때가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제7탄. 오늘은 북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로 떠난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왼쪽으로는 알제리, 오른쪽으로는 리비아, 위로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과 마주하고 있다. 아랍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프랑스의 지배를 겪은 까닭에 프랑스어도 널리 쓰인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2010년 튀니지 국민들이 23년간에 걸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으킨 '재스민 혁명'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다.

이날 내가 찾은 곳은 수원에 있는 <벨라 튀니지>라는 식당이다. 튀니지 출신의 주방장이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로, 전철 1호선 성균관대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나로서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한 번은 이전에 문 앞까지 갔다가 허탕을 친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는 분명히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그에 맞춰 갔는데, 11시가 한참 넘었는데도 통 기미가 없어 전화를 몇 번이나 했지만 받지를 않아 씩씩거리며 돌아오고 말았다. 나중에 통화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전화를 물었더니, 11시가 아닌 12시에 문을 연다고 알려주어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첫 번째 방문인 셈이다.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실내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4인석 테이블 8개, 8인석 테이블 2개로 테이블 간 공간도 널찍했다. 주방 앞에 비치된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음식을 주방장에게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리면 종을 울려준다. 그때 직접 가서 음식을 들고 와 먹으면 된다.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는 손님이 스스로 챙겨야 한다.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라 3명 이상은 예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쿠스쿠스'라고 하는 것인데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밀을 갈아서 만든 단단한 좁쌀 모양의 파스타로 북아프리카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그 위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치킨, 양고기, 연어 등으로 나뉘는데, 내가 선택한 건 그중 치킨 쿠스쿠스. 고기도 푹 잘 삶은 덕분에 더없이 부드러웠고, 좁쌀과 병아리콩 등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다른 음식은 '오짜'.. 이 역시 생소한 이름이었다. 오짜는 튀니지 전통 음식으로 매콤한 고추를 넣은 토마토소스에 계란을 곁들인 국물 요리로, 오징어 등을 넣어 얼큰한 해산물 오짜와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가미한 미트볼 오짜로 나뉜다고 한다. 나는 그중 해산물 오짜를 선택했다.

토마토와 계란을 곁들인 음식의 특징 그대로 두 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풍미가 있었다. 파스타와는 또 다른.. 밥은 식감으로 보아 우리네 쌀을 쓰고 있는 듯했다.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를 맞아 너도 나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일이 잦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찾는 여행객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지 않을까 싶다. 그 때문에 현지 음식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는 그만큼 드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벨라 튀니지> .. 멀리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현지인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 주는 아프리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나처럼 무언가 색다른 음식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벨라 튀니지'는 우리말로 '아름다운 튀니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식당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이 가게 주인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신문 기사를 보았다. 그는 본래 튀니지 요리 학교에서 경력을 쌓은 뒤 현지에서 제빵사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한민국 모처에서 온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급기야 생각지도 않은 한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는데, 자신처럼 고향을 떠나 있는 이들에게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음식을 맛 보여 주면 좋을 것 같아 지금의 가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고, 사랑을 하게 되면 눈이 먼다고 하는, 사랑을 하면 없던 용기도 생겨난다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는가 보다. 아프리카와 대한민국 ..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아득한 거리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주방장 .. 남자인 내가 봐도 참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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