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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송년 모임 어떨까? 본문

지금보다 젊을 때의 이야기다. 이따금씩 친구들과 친목 모임을 가질 때면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늘 말을 하는 사람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에 콤플렉스가 있던 일부 친구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인데 그걸 억지로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어느덧 12월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만큼 여기저기서 송년 모임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 업무적인 만남이 아닌 한, 대부분의 친목 모임은 별다른 주제나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이 그저 만나서 웃고 떠들 뿐이다. 공통의 소재가 없다 보니 여기저기 분위기만 떠다닐 뿐 이렇다 할 알맹이가 없다.
그런 모임은 파하고 나면 왠지 허탈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좀 더 차분하게 각자의 지나온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앞서 언급한 젊은 날의 경험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바람직한 형태의 친목 모임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다. 내 사위의 이야기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만난 친구들끼리 모임을 이어온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초창기만 해도 남들과 다름없이 부어라 마셔라로 일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고 한다.
이후 연말에 열리는 송년 모임에서는 돌아가며 한 명씩 지나온 한 해에 대한 각자의 소회와 다음 해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생각과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계획인 만큼 그에 대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더 진지하게 노력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모임은 어느 한 두 사람만의 생각으로는 어렵고, 모든 구성원이 의기투합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어서 사위를 비롯한 그 친구들이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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