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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서 느끼는 향기

자유인。 2025. 12. 7. 05:00

마흔을 전후한 시기부터 우연히 옛것에 눈을 뜨기 시작해 이것저것 꽤 모았었다. 외부에서도 더러 구했지만, 그에 앞서 내 집안에 보존 가치가 있을 만한 물건이 어떤 게 있을까를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언젠가 부모님은 떠나실 테고, 당신들이 쓰던 물건을 자식들 중 누구라도 나서서 챙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소리도 없이 사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형제들 중 나를 제외한 누구도 여기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어릴 때부터 우리 집 벽장 속에 있던 나무 상자(궤)였다. 아버지께 여쭤 보니 돌아가신 조부께서 만드신 거라고 했다. 선친이 태어나시던 바로 그해, 1929년에 돌아가셨으니 만들어지기는 그 이전일 것이다(나의 선친은 유복자시다). 올해(2025)를 기준으로 본다면 최소한 100년 전후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을 당신 생전에 물려받아 내 나름대로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모 일간지에서 옛 물건들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을 수소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당 기자가 우리 집까지 찾아와 인터뷰를 거쳐 해당 신문에 사진과 함께 실리기도 했었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께서 쓰시던 재떨이다. 생전에 당신은 오랫동안 줄담배를 즐기셨다. 건강에 안 좋으니 그만 피우는 게 좋다는 가족들의 성화에도 줄곧 외면만 하시더니,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어느 날 당신 스스로 끊으셨다. 이후 더 이상 찾는 이가 없어진 재떨이는 갈 곳을 잃은 채 집안 이곳 저곳을 외로이 떠돌고 있었다. 그때 나라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껏 보관해 오고 있다.  

 

사라진 물건이야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그 안에 깃든 추억까지 되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나로서는 뵙지 못한 조부의 나무 궤도 소중하지만, 나를 낳고 길러 주신 선친의 재떨이에 더 많은 애착이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씩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고향집 마루에 앉아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으시던 생전 당신의 모습이 아지랑이가 되어 피어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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