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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탓하기에 앞서 본문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고장이다. 구입 후 지금껏 말썽 없이 잘 써 왔는데 금년 들어 연이어 문제가 발생했다. 각기 다른 증상으로 올 한 해만 벌써 세 번을 수리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수리를 했는데도 똑같은 증상이 재발되어 또다시 점검을 받았다. 2014년에 구입한 걸 여태 사용하고 있으니 오래도 쓰긴 했다.
내가 가진 카메라는 모두 두 대이다. 앞서 언급한 기종(A)이 주력이고, 보조 카메라(B)가 하나 더 있다. 한동안 한 대로만 버텼는데, 비상시를 대비해 몇 년 전 중고로 하나를 더 구입했다. A 기종과 10여 년을 함께하는 동안 '엄청나다'라는 표현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전국의 산천을 누볐다. 그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으로 전국 공모전에서 과분한 상도 받았다. 그러니 나이 들었다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꽤 오래 전부터 취미로 즐기는 사진이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장비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사진은 나에게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밥벌이를 위함이 아닌, 삶을 즐기는 하나의 도구나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취미를 즐기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장비에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린다는 점이다. 얼마간 하다가 원하던 결과물이 안 나오면 장비 탓부터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추어로서 장비 때문에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즐기는 사진의 예를 들어보자. 고가의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전문가 못지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정말로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휴대폰만으로도 얼마든지 남들과 차별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 출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웬만한 DSLR 카메라가 부럽지 않을 만큼 기능과 화질이 좋아졌다. 나 역시 이런 이유로 카메라를 활용하는 빈도가 예전에 비하면 한결 줄어들었다.
장비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수천 만원은 금방이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제대로 활용은커녕 주인 없는 창고에서 내내 먼지만 머금고 있는 것이 '장비빨'에만 목숨을 거는 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타이거 우즈가 사용하는 골프채를 갖춘다고 해서, 없던 골프 실력까지 그를 좇아갈 수 있을까?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을 탓한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장비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현주소부터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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