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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내려놓기

자유인。 2025. 12. 14. 05:00

 

 

나이 들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는 살면서 나의 기호에 맞춰 즐겼던 것들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부모의 흔적이라고 해서 자식들이 당연히 잘 보존해 줄 거라 착각하지만,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앨범도 그중 하나다. 나의 시대는 아날로그 문화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문화는 언감생심, 사진은 오직 필름 카메라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인화를 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의 상태를 알 길이 없었다. 24판, 36판 찍는 대로 비용을 주고 인화를 해야만 비로소 확인이 가능했다.

 

인화된 사진의 보관처는 앨범이 유일했다. 어쩌다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고이 간직한 가족의 앨범을 보여주는 것이 그 시대의 예의였다. 시간이 가면서, 혹은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앨범을 다시 들추어 보는 일은 없었다. 부피까지 크다 보니 갈수록 점점 애물단지가 되고 있었다.

 

모종의 변화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아내가 주변에서 더 이상 보지도 않는 앨범 정리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가족의 추억이 담긴 자산이다 보니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동안 망설이고만 있었는데, 때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앨범 정리 작업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보존해야 할 사진들은 항목별로 분류하여 별도로 표시를 해 두었다.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한 작업이었다. 요즘 시대는 사진을 인화하는 이들이 드물다. 나의 경우 필요한 사진이 있으면 이따금씩 인화해서 거실 냉장고 벽에 게시하는 정도인데, 오며 가며 언제든 볼 수 있으니 앨범보다 한결 실용적이다.

 

비단 사진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불필요해 보이는 많은 것들을 정리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안고 산다. 없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지만, 그것들이 사라진 빈자리는 아무런 표시조차 나지 않는다. 과도한 집착이었음을 그제야 알게 된다. 나이 들면서 배워야 할 것은 그런 집착을 하나씩 내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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