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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많은 이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나 나라는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외지나 외국만을 열심히 더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살고 있을 뿐, 누군가 자신이 사는 동네나 나라에 관해 설명하라고 하면 마땅히 설명할 게 없다. 관심이 없으니 특별히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네 적지 않은 이웃들의 현실이다. 나라고 예외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자유로워진 요즘 평소 궁금하거나 못 가 본 장소를 뒤늦게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차를 타고 경수산업도로를 숱하게 오가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 정상 부근 절인 듯 보이는 한 건물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이따금씩 길가 계단 진입로를 통해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분명 길은 어디로든 나있는 것 같았고, 언제쯤 직..
다소 이색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를 읽었다.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난 한국 여자가 현지에서 구급대원인 프랑스 남자와 만나 집 대신 밴을 집 삼아 몰고 다니며 산다는 내용이다. 수입은 빠듯한데 집세와 물가가 살인적인 나라에서 살려고 보니 도저히 답은 나오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쫓기며 사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꼭 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바로 캠핑카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레저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캠핑 관련 장비도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나만의 이동 숙소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에 보면 일반적인 캠핑카 가..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특별하거나 대단한 무엇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생활화할 뿐이다.어딜 가든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책임진다는 것. 분리배출의 경우 종이 상자는 테이프를 제거한 후 펴서 버리고,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비운 후 깨끗이 씻어서 버린다. 대충 그 정도이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아무 데나 함부로 쓰레기가 버려져 있을 때다.다 함께 즐기는 공원에 먹다 남은 술병이나 음료 용기 등을 그대로 버리고 가거나,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버린다. 건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라고 예외가 아니다. 산이나 개울, 하천, 바닷가도 마찬가지다. 더 심한 경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으슥한 곳에 집에서 쓰던 소파나 가구 등을 차에다 실어 내다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추석을 맞아 올라오셨던 장모님께서 내려가셨다.일주일 중 이틀은 처남집에서, 나머지 닷새는 맏딸인 우리 집에서 머무셨다.당신은 성장기를 통해 늘 인정 욕구에 목이 말랐던 나의 존재를 세상에서 처음으로 인정해 주신 분이었다.잘 하지도 못하는 나를 '우리 맏사위가 최고'라며 주변에 민망할 정도로 자랑을 하신다.급기야 자식뻘인 나에게 '존경'이란 표현까지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올해로 86세. 본래 아주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늙으셨다.두드러진 변화로는 우선 기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지셨다.게다가 망각 증상이 무척 심해지셨다. 당신의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계속 찾으시거나, 조금 전 하셨던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물으신다. "O 서방은 여기 ..
비가 오고 난 뒤 밤사이 갑자기 기온이 달라졌다. 전날 일터에 나온 동료들의 옷차림도 하루 사이 긴 팔로 바뀌었다. 창문을 연 채 밤새 선풍기를 돌려도 쉬이 가실 줄 모르던 더위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였지만, 본래 봄, 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은 상대적으로 긴 한반도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은 오는 듯 마는 듯, 여름은 가을과의 경계선도 없이 마냥 길어만지고, 겨울은 더 이상 겨울답지 않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더 낫다. 여름철이 되면 몸도 마음도 스트레스 지수가 한층 높아진다. 잠시만 나갔다 와도 옷이 금세 땀에 젖는다. 더운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가 없는걸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나의 고향 마을에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