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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의학의 힘

자유인。 2018. 8. 2. 09:37




웬만하면 병원에 잘 안 가는 편이다.

각종 약물 처방과 투과성 검사 장비가 인체에 별로 좋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약사들이 약을 잘 먹지 않고, 의사들 역시 주사를 잘 안 맞는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고.

그런데 이런 나의 의학에 대한 불신의 벽이 깨어질 때가 더러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땀과 함께 이겨 보려고 산에 올랐다.

어디 시원한 그늘이 있으면 자리 깔고 앉아 책이나 읽으며 지낼 생각으로.  

더워서 그런지 산에는 인적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정상 부근에 마침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적당한 바위 하나가 있어 앉았다.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고, 모자도 벗고 홀가분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자니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에어컨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얼마쯤 지나자 비가 오려는지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집에 돌아온 후 손과 팔이 갑자기 가렵기 시작했다. 

어찌된 까닭일까. 가끔씩 개미란 녀석이 들락거렸을 뿐인데.

벌레 물린 데는 물파스를 바르면 낫곤 했던 기억이 있어 급한 대로 처치를 했지만 오히려 상태는 더 나빠졌다.

하루가 지나자 손등과 팔, 등까지 보기 흉할 정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벌레에 물려서 이 정도까지 악화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피부과를 찾았다.

경과를 이야기했더니 담당 의사가 기겁을 한다.

피부에 문제가 있을 때 물파스를 바르면 상태를 도리어 악화시킬 뿐이라고. 

'접촉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먹는 약과 연고를 나흘치 처방할 테니 그 동안 술과 화장품을 멀리하고 긁지도 말라고 했다.

사흘 동안 처방을 충실히 따른 결과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거의 정상을 회복할 만큼.


그들이 오랜 기간 어렵게 공부한 이유를 이럴 때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의학의 힘은 놀라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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