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문래동 창작촌 본문
사람들은 대체로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주 지나치면서도 애써 관심을 가져본 적도, 기울여본 적도 없이 다른 동네만을 기웃거리곤 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먼 곳부터 다녀온 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보겠노라고 하면서.
안타깝게도 그런 기회는 생각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해외 여행이 마음처럼 쉽지 않듯, 국내 역시 일부러 계획하지 않으면 매번 가는 데만 갈 뿐이다.
누군가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해 설명 좀 해보라고 하면 딱히 할 얘기가 없는 건 그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못 가본 서울 시내를 돌아보고 있다.
퇴직 후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몇 명 규합하여 내가 앞장서 만든 모임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지 40년이 훨씬 넘었지만 가본 곳보다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다른 친구들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찾은 곳은 영등포에 있는 문래동 창작촌.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 내리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길 건너편에는 아날로그 정서 가득한 옛 모습의 철물 공장들이 영업을 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문래동 창작촌이 자리하고 있다.
문래동에 철물 공장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고 한다.
한때 우리 나라의 모든 철물은 문래동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문래동에는 철공소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재개발 바람을 타고 도심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공장들은 하나 둘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그곳은 빈자리로 남게 되었다.
그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면서
문래동 창작촌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처럼 아날로그 정서가 그리운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골목을 다니다 보면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음식점과 카페가 많지는 않지만, 어려웠던 시절 생각하며 막걸리 한잔 기울이기에 그만이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한결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날 찾은 문래동은 몇 년 전 내가 참가한 사진공모전에서
내 바로 앞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의 작품 현장이기도 한 곳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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