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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1) - 고향 나들이 본문
아버지 기일을 맞아 고향에 다녀왔다.
못 뵌 그 동안 일어났던 집안일들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부모님 산소는 납골묘 형태로 되어 있다.
아버지 사촌 형제의 자손들까지만 허용이 되며, 문중 기금을 토대로 종손 형님이 맡아 관리하신다.
책임감이 남다른 형님이 떠나시고 나면 누가 후임을 맡을지 걱정이다.
산소 앞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인적이 없는 시골에는 이런 훌륭한 자연의 먹거리가 있어도 따 가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나 같은 자손이 때맞춰 오면 옛 추억을 생각하며 한두 개씩 맛을 볼 뿐이다.
산소가 있는 마을은 우리 집안의 집성촌이자 예로부터 유서가 깊은 곳이다.
웬만한 민속촌 못지않은 고택들이 잘 보존이 되어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나 어릴 적 시골 마을에는 이런 살구나무가 곳곳에 있어 놀다가 배가 고프면 언제든 따 먹곤 했었다.
이후 도시에서만 오랫동안 살다 보니 이젠 이런 풍경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고향에 갈 때면 종종 들르곤 하는 '지천식당'이다.
우리밀 칼국수와 돼지양념석쇠구이를 전문으로 한다.
제법 알려졌는지 외진 곳인데도 휴일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못 본 사이 새로이 조성된 상주경상감영공원이다.
경상감영은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8도 제하에 경상도를 관할하던 관청으로
오늘날의 도청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경상도 전역의 공무 집행, 공물 진상, 공문서 보관 등 모든 행정업무가
이루어지는 정치, 경제, 교통의 중심으로, 그만큼 화려했던 옛 상주의 위상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하다.
본래 경주에 있었지만 경상도 관찰사의 직무를 상주 목사가 겸하면서 상주로 이전했다고 한다.
방문객들이 쉽게 볼 수 있게 옛 상주읍성의 역사를 돌판에 새겨놓았다.
고향에 이런 역사가 존재하는지를 여기서 20여 년을 나고 자란 나조차도 여태 모르고 있었다.
달리 그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고향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정기룡 장군의 동상이다.
장군은 본래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지만 20세에 상주로 거처를 옮겼으며,
일본군과의 여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의사를 비롯하여 상주 곳곳에서 그에 관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여기가 초라하기만 했던 내 고향이 맞나 싶을 만큼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런 공원을 아무리 열심히 조성해 놓은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대외 홍보를 통해 좀 더 많은 이들이
갈수록 쇠락해가는 내 고향 상주를 방문할 수 있도록 가일층 힘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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